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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이제는 일반 경도에서 나노 경도로



 

이제는 일반 경도에서 나노 경도로

경도클럽 한준희 박사, 나노 압입 시험법 신뢰성 향상 연구

‘강도(强度·strength)’와 ‘경도(硬度·hardness)’는 같은 뜻일까, 다른 뜻일까. 답은 ‘같다고 볼 수 없다‘이다. 답이 애매한 이유는 강도가 높은 물질은 일반적으로 경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지만, 경도가 높은 물질이 항상 강도도 높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속류의 경우 경도가 높은 금속이 강도도 높으나, 세라믹류 혹은 유리류의 경우 높은 경도에 비해 강도가 낮다. 이 밖에도, 수지·목재류는 낮은 경도에 비해 강도가 크며, 젤리 등 유동성 고체류는 강도와 경도 둘 다 작다.


강도는 어떤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았을 때 부서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대 힘(정확히 말하면 단위 면적당 힘)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도를 측정하려면 갈 데까지 가봐야 한다. 즉, 물질이 부서질 때까지 힘을 가해봐야 한다. 반면 경도는 외부로부터 힘을 받은 물체의 변형에 대한 저항력을 나타낸다. 즉, 같은 힘을 가했을 때 적게 변형하는 물질이 경도가 높은 물질이다. 물질을 뾰족한 압자를 사용해 (갈 데까지 가지 않고) 적정 하중(P)으로 눌렀다가(압입) 떼면 자국(압입 흔적)이 남으며 그 크기(혹은 면적, A)를 측정하면 물질마다 다른데 이것이 경도 판단의 기준이다. 경도 값은 아래의 간단한 수식을 사용하여 산출할 수 있다.

 

  H: 경도, P: 하중, A: 압입 흔적의 면적

 

경도는 강도 등과 함께 물질의 기계적 특성을 나타내는데 중요한 특성으로 재료의 안전성과 신뢰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기존 재료에 대한 선택 기준인 동시에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기준인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 마이크로에서 수 나노 두께의 박막 형태 전자부품이 산업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나노 경도 측정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면적의 정확한 측정이다. 하중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압입 흔적의 면적은 그렇지 않다.

 


▲ 압자의 형상함수를 계산하는 방법

나노 경도 측정을 위해 기존 일반 경도 측정방법을 보완한 것이 나노 압입 시험(Nanoindentation) 방법이다. 나노 압입 시험 방법의 원리는 1992년 올리버(Oliver)와 파(Pharr)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그가 제시한 경도 측정 원리는 명쾌하다.


일단 기본 측정 원리는 같다. 단지 압입 흔적 면적을 바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압입 하중을 가하는 압자의 형상 함수를 미리 계산해 두고 여기에 정밀하게 측정된 압입 깊이를 대입하면 압입 흔적의 면적을 도출할 수 있음을 이용한다. 이를 위의 수식에 적용하면 경도가 산출된다.


▲ 한준희 박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경도클럽의 한준희 박사는 나노압입시험법의 신뢰성을 향상하는 국제 표준문서의 제정·개정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국제비교시험(VAMAS TWA22, APMP WGMM 공동)을 기획해 관련 국제 프로젝트의 리더역도 맡고 있다. 각 업체가 나노 측정을 올바르게 수행하도록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동시에 현장의 애로 사항을 문서나 절차서에 반영하는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연구소 내 나노압입시험장비를 사용, 산업체에 박막 특성과 박막 제조장비 성능 평가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한 박사의 업무 중 하나다.


한 박사는 “나노 경도가 범용성은 낮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수요가 높다”면서 “박막과 코팅, 마이크로나 나노 크기의 전자 부품 제조 등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알기 쉽게 들려주었다.


“예전에 한 회사가 전자부품을 해외에 수출한 후 대량으로 클레임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나노압입시험법을 사용해 박막 물성을 비교하다보니 어느 특정 시기에 제조한 제품의 IC 칩 보호막이 제 역할을 못해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나노압입시험법으로는 탄성계수와 같은 다른 물성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이 방법은 금속, 세라믹, 폴리머, 혈관 및 치아 같은 바이오재료 등의 기계적 특성 평가에도 활용도가 높다. 임플란트 제조에도 이 시험법이 사용되는데 치골과 직접 닿는 부분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팅되어있는 박막의 기계적 특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경도기는 아들 대하듯 (어느 정도) 씩씩하게 대해도 되는데 반해 나노압입시험 장비는 딸 대하듯 신경 써서 대해줘야 합니다. 때문에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관리하기가 쉽지 않죠, 나노압입시험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측정클럽에서 많이 지원하겠습니다.”


참고자료: Nanoindentation 기법을 이용한 나노소재 역학특성평가 논문 보기
              올리버와 파가 1992년 발표한 경도 측정원리 소개 논문 보기

 

▲ 한준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