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정확도를 높여라” 세계는 지금 기상측정 경쟁중

 

 

지난해 국내 가전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제품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제습기'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도 최근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국지성 호우도 잦고 습도도 높다. 그야말로 '고온다습(高溫多濕)'. 그러다보니 2012년 국내시장에서 50만 대 정도 팔렸던 제습기는 2013년 판매량이 3배 가량 뛰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생활가전 목록에 제습기도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날씨와 생활, 날씨와 경제가 갈수록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정확한 관측(기준)이 중요해지고 있다. 비가 왔는지, 습도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또 이러한 측정기기의 측정표준을 확립하는 것도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임무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 기반표준본부의 온도센터 습도실험실이 이 임무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포닥을 마친 뒤 지난해부터 표준연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욱 박사는 습도의 측정표준을 쉽고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박사는 이러한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최근 러시아 상뜨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기상관측기술회의(TECO 2014)에 참석했다. TECO*는 세계기상기구(WMO)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상관측 관련 국제회의로 세계기상기술엑스포와 병행해 열리고 있다. 이 박사는 "최근 고층기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높은 대기의 온도와 습도, 바람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장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현상이 뚜렷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실제 이번 TECO 2014와 기술기상엑스포에서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핀란드와 일본의 첨단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고층기상을 측정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장비는 하늘로 날려 보내는 '라디오존데'. 하늘로 날려 보낸 뒤 수명이 다하면 버려지는 소모성 장비인 만큼 정확하면서도 얼마나 작고 가볍게, 적은 비용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해당 제품에서 가장 높은 정확성을 자랑하는 핀란드 바이살라사의 경우 종전 제품보다 더욱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신 모델을 선보였다. 또 일본 메이세이사는 무게 38 g의 가장 작고 가벼운 라디오존데를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보통 라디오존데의 수명이 끝나면 지상에서의 충돌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낙하산을 자동으로 펴고 내려오게 되는데 이 제품은 워낙 가벼워 낙하산이 필요 없다.


이 박사는 "이러한 제품들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라디오존데와 비교해 성능과 가격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며 "우리도 라디오존데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고층기상을 모사한 극저온의 습도 챔버를 개발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으며, 연구과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상관련 산업, 정부, 학계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이 박사는 이번 TECO 2014에서 본인이 직접 연구개발 중인 '강수유무계'의 검정절차 실험 장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수유무계는 비가 왔는지 여부를 '예', '아니오'로 알려주는 장치로, 기상청 등에서 측정요소필수장치로 사용된다. 다른 장비들은 검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강수유무계는 검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검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0.5 mm 이하의 물방을 실험실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것.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보통 주사바늘에서 생성되는 물방울 크기가 2 mm를 넘는다. 이것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0.5 mm 이하의 물방울을 동일하게 생성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다.

 

이 박사는 "물방울의 직경이 0.5 mm 보다 커야 비가 온 것으로 한다는 기준이 있다"며 "강수유무계의 검정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0.5 mm 이하의 물방울을 항상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연구의 고충을 토로했다.

 

또 그는 "이미 온도나 습도와 관련된 표준은 전부 확립되어 있으며 이러한 표준을 통해 관련 측정장비의 정확성을 높이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습도의 특성상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데 결국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회와 전시회에서는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적설량계'의 국제비교 관련 연구 결과물들이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박사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기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관련 분야 역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기상 분야에서 국내 측정장비들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TECO : WMO TECHNICAL CONFERENCE ON METEOROLOGICAL AND ENVIRONMENTAL INSTRUMENTS AND METHODS OF OBSER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