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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전기설비 측정표준으로 국민 재산·생명 지킨다”

 

 

"현대사회에서 전기는 물이나 공기와 같은 존재죠. 물과 공기 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물과 공기가 그렇듯 전기의 중요성도 잘 모르고 살아요. 특히 전기는 매우 위험한데 너무 쉽게 전기의 위험성을 잊곤 하죠."

 

유병열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 계기표준센터장은 '전기박사'이자 '안전박사'다. 전기전자를 공부한 뒤 안전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만큼 전기안전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높다.

 

유 센터장은 5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이틀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강대임)에서 열린 '제13회 측정클럽 종합워크숍'에 참석해 전기자기 측정클럽 세션에서 'IR 및 UV 장비를 활용한 전력설비의 안전성능 평가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발표 시간에 앞서 유 센터장을 만나 전기안전의 중요성과 측정장비 기술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전기는 주인을 몰라본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산업체 현장 등에서는 전기와 관련된 안전사고가 많아요. 감전으로 인한 사고도 많고 전기설비가 잘못이나 노후화 등 원인도 다양합니다. 원인은 다양한데 공통점은 하나에요. 전기를 우습게 보는거죠. 전기는 아무리 세심하게 살피고 신경을 써줘도 절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해요.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정이든 공장이든 전기설비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는다. 가정의 경우 3년에 한 번씩 받고, 공장은 20KW 이상이면 설비 때부터 규정에 맞는지 여부를 검사해 합격·불합격을 처리한다. 이 때 사용하는 장비는 종류도 갯수도 엄청나다. 유 센터장은 표준장비를 통해 이러한 현장에서의 장비가 정확하게 맞는지를 검사하고 측정표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전기설비가 규격과 기준대로 잘 되어 있어야 전기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이것을 측정하는 장비가 정확해야 전기설비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결국 각종 전기계측 관련 장비의 측정표준은 '안전', '생명'과 직결된다.

 

"장비의 오차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죠. 업체에서 관련 전기설비 공사를 마치고 자체적으로 측정하면 기준에 맞는데 저희가 하면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결국 어느 곳 장비가 정확하냐가 관건이 되죠. 이 때 만약 공신력 있는 표준장비가 없다면 혼란이 발생하고, 또 결국은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모든 장비를 가장 정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전기안전공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기계측 관련 장비는 250여 종에 걸쳐 3만5000대가 넘는다. 전기안전공사 계기표준센터는 이러한 장비들의 자체 교정기관이다. 전기안전공사 계기표준센터와 KRIS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양 기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협력을 맺고 전기와 관련된 각종 계측장비의 표준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

 

유 센터장은 국내 측정표준 기술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측정장비의 대부분은 수입제품을 써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그 장비의 정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인데다 측정장비 내수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기업도 한두 번 타진해보다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전기 관련 계측장비는 주로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제품이 전 세계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이 해당 분야에서 높은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국방장비 개발 때문입니다. 전기 계측정비의 상당수는 IR(적외선)이나 UV(자외선)를 사용하는데 이스라엘과 남아공이 이 분야에서 아주 강해요."

 

비록 '장비 수입국'이지만 수출국들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지 못하는 것은 측정기술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제품의 품질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산업체와 기관이 KRISS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각종 계측장비들의 측정표준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 센터장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안전이다. 과거에 비해 전기 관련 제품들의 품질이 좋아지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전기 관련 안전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 손실은 물론 소중한 생명도 잃는 상황을 보면 전기안전 관련 종사자로서 매우 큰 책임을 느낀다.

 

전기 계측장비의 측정표준 수준을 높이는 일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과도 직결된다는 유 센터장은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 결국 안전은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최소한 초등학교 때부터 각 분야별 안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전기처럼 우리의 일상생활과 뗄 수 없는 분야는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 남아공  등 다른 나라를 보면 위험한 전기시설은 아예 접근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사회 전체적으로 더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요소는 철저히 차단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