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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축구는 ‘과학’이다

 

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끝내고 결승을 향한 토너먼트가 한창이다. '축구공은 둥글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것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력 있는 팀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인 모양. 우리에게 결국 기적이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땀을 흘리기는 했지만 조별리그에서 1위로 오른 팀들 대부분이 8강에 진출했다.

 

축구팬들은 경기내용과 결과에 집중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류가 개발해 온 신기술이 숨어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과학기술이 접목된 개막식 시축부터 반향을 일으켰다. 하반신 마비를 겪는 브라질 10대 청소년이 걸어 나와 시축을 했다. 국제공동연구단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로 진행된 이 '시축 이벤트'는 올 초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미겔 니코렐리스 듀크대 교수가 주도했다. 하반신 마비를 겪는 장애인 머리에 3D프린터로 제작한 헬멧을 씌우면, 이 헬멧이 뇌파를 받아 로봇의족 '엑소스켈레톤'을 움직이는 원리다. 이른바 '-기계 인터페이스(BMI : Brain-Machine Interface)'.

니코렐리스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20~35세 참가자 8명을 모집해 브라질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8명 중 4명이 다리를 움직였고 그 중 한 명이 공을 차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축에 사용될 로봇의족 제작에는 듀크대 신경공학센터, 뮌헨공대, 스위스로잔연방공대, 브라질 에드먼드릴리사프라국제신경과학원, 미국 UC데이비스, 켄터키대 등이 참여했다.

 

축구와 과학을 얘기할 때 축구공을 빼놓을 수 없다. 축구의 역사는 어쩌면 '축구공의 진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만 해도 축구공은 벌집 모양의 스티치가 상징이었다.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 등 32개 패널을 연결해 만든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당연히 축구공은 정이십면체로 '둥근 공'은 아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이 상식을 깨고 8개의 정육각형과 6개의 정사각형 등 14개의 패널 만을 이용해 제작됐다. 역대 최고의 반발력을 자랑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는 패널의 수를 8개로 줄였다.

이번 월드컵에 사용되는 '브라주카'는 리본을 형상화한 6장의 패널만 사용됐다. 무게는 437g. 2006년의 팀가이스트보다 4g, 2010년 자블라니보다 3g 줄었다. 상식적으로는 작은 조각을 많이 사용할수록 원형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팀가이스트 이후로 패널을 줄이면서도 표면을 곡면 처리해 더욱 둥근 모습을 추구했다. v

축구공이 원형에 가까울수록 공기저항을 받지 않는다. 더불어 자블라니와 마찬가지로 축구공 표면에 미세돌기 처리를 해, 날아가는 공 뒷면의 소용돌이 저항마저 줄였다. 달리 말하면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거기에 무게까지 줄었으니 위력은 배가 된다. 일본 스쿠바대 스포츠R&D코어 연구진의 실험 결과, 브라주카는 역대 공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저항을 덜 받았고 회전력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들이 입고 뛸 유니폼에도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

 

 

 

퓨마는 지난 3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사용될 선수단 유니폼을 공개했다. 'PWR ACTV'라고 이름 붙여진 에슬레틱테이핑과 압축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무더운 브라질 기후와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유니폼의 겨드랑이 부분에 메쉬 소재를 더 해 통기성을 향상시킴으로서 기존보다 더 오랫동안 쾌적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한다.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이탈리아·스위스·우루과이·칠레·코트디부아르·가나·카메룬·알제리 등 8개 대표팀이 이 유니폼을 입는다.

우리나라 대표팀 유니폼은 나이키 제품이다. 지난 2월 유니폼 디자인을 발표할 당시, 빠른 스피드를 위한 경량성과 몸의 땀과 열을 컨트롤하는 통기성과 속건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측정'은 축구경기의 생명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골라인 판독 기술'이 전격 도입됐다. 골라인 판정 기술은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공에 전자칩을 심어 골라인을 넘어가면 신호를 보내는 '자기센서(Gaolref) 방식'과 테니스처럼 7대의 초고속 카메라로 '공의 위치를 판단하는 방식(Hawkeye)'이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전차군단 독일과 축구종가 영국이 맞붙었다. 역사에 남을 오심은 독일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 람파드가 찬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통과했지만, 주심이 이를 골로 인정하지 않은 것. 오심으로 추격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영국은 독일에게 2골을 추가로 내주며 14로 대패했다. 적어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런 오심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측정기술의 발전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