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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차가운 바다에서 익사보다 무서운 것은?

 

 

 

세월호 실종자들이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면서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시간 등을 확인하고 싶다며 부검을 요구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사인이 익사가 아닌 질식사나 저체온증 등으로 밝혀지면 상당 시간 생존했다는 의미인 만큼 구조 시기를 놓친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수온이 낮은 바다에 빠졌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저체온증'이다. 구명복을 착용하면 익사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체온 손실만큼은 막을 수가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 주목을 받은 '타이타닉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타이타닉호 탑승객은 2201 명으로 이 중 712 명만이 구명보트에 몸을 실었고, 나머지 1489 명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당시 구명조끼가 3500 여 벌 구비돼 있었다는 점에서, 바다로 뛰어든 사람 모두 구명복을 착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타이타닉호가 빙하와 부딪히고 1 시간 50 분 후에 카르파시아호가 도착했지만, 바다에 뛰어든 모든 이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만일 이 배가 영하의 추운 바다가 아닌 적도 부근 열대바다에서 침몰됐다면 어땠을까? 역사에서는 불필요한 가정이지만, 정말 건강이 좋지 않은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살아서 구조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탐색구조특수부대(US SAR TF)에 따르면, 0 ℃ 이하 물에서 생존 기대시간은 15 분~45 분, 10 ℃ 미만에서는 최대 3 시간으로 잡고 있다.

한편 수중활동 한계 체온은 우리나라 해녀들을 통해 밝혀졌다. 계절을 떠나 해녀들이 작업을 중단할 때, 심부온도를 측정한 결과 약 35 ℃였다. 해녀들은 물 속에 머무는 동안 체온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지식은 없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한계를 몸으로 터득한 셈이다.

 

이 결과는 현재 전세계에서 수중활동을 위한 심부온도 한계로 활용되고 있다.

 

영하 62 ℃…비행기 바퀴공간서 5 시간 버틴 소년

 

 

 

최근 미국에서 한 고교생이 비행기 바퀴 공간에 숨어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까지 5 시간여 동안 비행한 일이 일어났다.

승객들이 머무는 공간은 기압과 기온이 적절하지만, 소년이 있던 비행기 바퀴 공간은 영하 62 ℃에 달하는 극한 환경이다. 비행기 고도가 1 만 1500 m 였던 점을 감안할 때, 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 m) 보다 더 높은 공기마저도 희박한 곳에서 5 시간을 버틴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1947 년 이후 105 명이 비행기 바퀴에 숨어들었고, 이 중 25 명이 생존했다고 한다. 차가운 바다에 빠졌을 때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생존확률이다.

 

이는 물과 공기의 열전도율 차이에서 기인한다.

물의 열전도율은 공기에 비해 32 배 높다. 또 공기 중에서는 체온이 떨어지더라도 일정 부분 복구가 가능하다. 흔히 추울 때 '벌벌 떠는 행동'은 체내 심부온도를 보존하기 위한 신체의 자연적 반응이다. 몸을 떠는 행위를 통해 신체가 열을 생산할 수 있는데, 심할 경우 체내 열생산량이 4~5 배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수중에서는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떨림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열량보다 열을 빼앗기는 속도가 더욱 빠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추운 물 속에서는 수영 등 신체를 움직일 수록 열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껴안은 채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저체온 상황에서 성인보다 아이들 생존가능성 높아

 

또 저체온 상태에서 성인보다는 어린이들의 생존가능시간이 훨씬 길다. 미국 탐색구조특수부대는 0 ℃ 물에 30 분 이상 빠진 아이들 중 상당수가 생존가능하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포유류가 가진 본능 때문이다.

 

포유류는 체온이 떨어진 상태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심장박동이 둔해진다. 심장과 뇌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만 가능할 정도를 유지한다. '포유류 반사(MDR : Mammalian diving reflex)'다.

 

물 속에 사는 포유류인 고래가 특히 뛰어나지만, 고래 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가진 본능이다. 하지만 성인은 포유류 본능이 많이 퇴화돼 인위적으로 훈련해야하는데 어릴수록 본응이 강하게 남아있다.

 

앞서 소개한 비행기 바퀴 공간에서 5 시간을 비행한 소년이 생존할 수 있었던 원인도 포유류 반사덕이다. 미국 의료당국은 소년에 대해 '비행 시작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으며, 뇌가 심장박동을 제외한 다른 신체활동을 정지시켜 일종의 동면상태에 빠진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인들도 훈련을 통해 MDR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오리발과 스노클만 착용한 채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을 하는 이들이 주로 훈련한다. 별도의 공기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수중에 오래 머물기 위해 인위적으로 MDR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