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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질량표준 소급체계와 참질량


무게는 질량이 아니다?


70 kg
의 한 남성이 있다. 이 사람의 무게는 얼마일까? 무게란 중력의 힘이다. 측정하는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만약 이 사람이 산 정상에서 몸무게를 측정한다면 70 kg보다 작게 나올 수 있다. 그 만큼 중력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질량은 측정하는 장소가 달라져도 항상 일정하다. 질량은 중력과 관계없이 물질이 가진 고유한 양을 나타내는 값이기 때문. 물질을 쪼개거나 더하지 않는다면 그 고유의 양은 변함없다. 엄밀히 따지자면 무게와 질량은 표기되는 단위도 서로 다르다. 흔히 사용하는 ‘kg’은 질량의 단위다. 무게는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에서 나왔기 때문에 ‘kg혹은 ‘kg.m/s^2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 맞다.


만물이 가진 질량은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질량을 가지고 있다. 파리에 설립된 국제도량형국은 국제질량원기를 백금-이리듐 화합물로 만들어 ‘1 kg’을 정의하고 있다.

 

각 나라는 국제킬로그램 원기와 동일한 물질, 비슷한 크기의 국가킬로그램 원기를 이용하여 질량을 정의한다. 우리나라도 3개의 원기를 보유중이며 그 중 한 개는 5년마다 국제도량형국에서 교정을 받는다. 3개나 가지고 있을까? 한 개는 역사적인 이유로 파손직전 형태이고 다른 두 개는 원기들 간 질량변화를 꾸준히 관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국가킬로그램 원기는 다시 스텐강으로 된 1차 표준기를 교정하는데 사용된다. 여기서 스텐강(Stainless steel)은 단순히 물질을 나타낼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질량표준의 1차 표준기로 사용된다는 것은 표면이 얼마나 매끄러운지 밀도 값은 어떤지 그 표면은 얼마나 단단한지 자석에 붙지 않을 정도의 자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고려돼야하기 때문이다.

 

2차 표준기는 1차 표준기로 교정하며 스텐강이나 황동 등을 사용한다. 2차라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물리적 특성의 정의는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관련 사항은 국제법정계량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Legal Metrology)에서 발간한 국제권고 규격에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는 실제 교정기관 현장에서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자주 무시되곤 한다. 표준기로 사용하는 분동이 오래되고 표면이 파손돼도 일부 교정기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법적인 교정·시험활동을 벌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질량은 단순하게 이론적인 용어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질량은 참질량으로, 일상생활에서는 상용질량으로 표현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우리가 현재 부력보정 없이 쓰는 질량의 측정은 실험실처럼 정밀한 수준을 요구하는 현장에서는 틀릴 가능성이 많다.

 

 


정확한 질량 측정 위해선 밀도 반드시 고려해야

 

아르키메데스가 물을 가지고 발견한 부력의 현상은 상용질량에서 밀도를 파악하는데 쓰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에서 질량을 잴 때도 공기가 물과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부력이 존재한다. 이것은 측정대상의 질량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측정 시 공기 중 부력이 작용하여 세밀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1차 표준기에 쓰이는 스텐강은 주성분인 철과 함께 크롬, 탄소, 망간 등을 넣어서 녹이 잘 슬지 않고 강도를 증가시킨 일종의 합금으로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따라서 같은 스텐강이라 하더라도 밀도가 제품마다 달라 정밀한 질량표준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밀도나 부피측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든 물체에 대해 밀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편의상 특정 환경에서 밀도를 8,000 kg/m3로 가정하여 부력보정 없이 상용질량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이나 상거래 정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상용질량의 개념은 대부분 교과서에서도 소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스텐강 표준기를 이용하여 저울을 교정하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모든 저울(질량 비교기)은 스텐강으로 된 물체를 측정했을 때만 비교적 정확한 것이다.

 

다른 분야의 표준과 같이 정확한 질량을 재기 위해서는 알맞은 표준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그 표준기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가적인 물리적 속성들이 검정(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표준기의 표면을 매우 매끄럽고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텐강과 밀도차이를 보이는 측정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정밀한 저울이라 할지라도 실제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값인 참질량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부력보정도 필수다.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길 원한다면 밀도와 부피측정도 꼭 필요하다. 또한, 참질량에 가까운 질량측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공기밀도를 산출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온도, 압력, 습도, 가스농도와 같은 다른 물리량 표준의 도움도 필요하다. 제 아무리 만물의 근원인 질량단위라 할지라도 각 분야의 표준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