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생활속 과학이야기]얼음 '급히' 필요하다면?



'냉동실이 부족하니까 빨리 자리를 잡아야지. 식히지 말고 그냥 넣자!'

많은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그러했듯, 한 중학생의 엉뚱한 행동이 재밌는 자연현상을 발견하는 도화선이 됐다. '차가운 물이 더 빨리 얼 것'이란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은 '음펨바 현상'(Mpemba Effect)이다.

음펨바는 1963년 탄자니아의 중학교에서 아이스크림 조리수업 중 우유와 설탕 혼합물을 식히지 않고 냉동실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식히지 않고 집어넣은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식힌 뒤 넣은 아이들 것보다 빨리 언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아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을, 음펨바는 몇 차례의 반복실험을 하며 '왜?'라고 물었다. 학교 선생님이 묵살했지만, 음펨바는 고등학교 진학 후 특강 차 방문한 데니스 오스본 물리학자에게 "100℃의 물이 35℃의 물보다 빨리 어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다. 오스본 박사는 이 질문을 듣고 직접 실험해 음펨바의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하고, 1969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음펨바 효과'가 공식화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음펨바 효과의 원리를 밝히고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영국왕립화학회는 2012년 6월 음펨바 현상의 기작 규명에 1000파운드의 상금을 내걸었고, 지난해 싱가폴 남양이공대학 연구팀이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원인은 물 분자 간격 따른 에너지 차이


연구팀에 따르면 물(H2O)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뤄지는데, 온도차에 따라 물을 구성하는 원자 결합과 물분자 간 공유결합 간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결합은 물 분자의 에너지 축적과 방출에도 관여하는데, 물을 끓이면 수소와 산소의 공유결합이 길어지면서 수소결합의 길이도 늘어난다.

많은 에너지를 축적한 뜨거운 물이 냉각시 더 빠르게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빨리 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각각 온도가 다른 물을 얼리면서 에너지 방출량을 측정해 이 이론을 입증했다.

음펨바 현상은 꼭 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아이스크림 조리실습에서 발견됐듯이 설탕을 녹인 우유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 현상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 35℃ 물과 5℃ 물로 실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때 비교효과가 최대화된다고. 한편, 자연현상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음펨바는 현재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물이 끓을 때는 압력이 변수


물이 어는 것과 반대로 물이 끓을 때는 압력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높은 산에서 캠핑하며 밥을 하면 쌀이 설익는 이유다.

끓는 점이란 물의 증기압이 외부의 압력과 같아질 때를 말한다. 물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보다 높아지면 수면이 펄쩍펄쩍 요동을 치는데, 이것을 '끓는다'고 한다. 얼핏 추상적일수도 있지만, 모든 분자들은 운동을 한다. 물 역시 외부로 튀어 나가려고 하지만 대기압이 물의 표면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잔잔하게 보이는 것 뿐이다. 물의 힘이 누르는 힘보다 쎄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끓음'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물이 100℃에서 끓지만, 압력이 낮아지면 낮아질 수록 더 낮은 온도에서 끓게 된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가 압력밥솥이다. 압력밥솥은 용기 내부의 압력을 높임으로써 물의 끓는 점을 높인 원리다. 더 높은 온도에도 물이 끓지 않기 때문에 밥을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