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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반도체 강국 뒤에는 진공클럽이 있다!



 


반도체 강국 뒤에는 진공클럽이 있다!

LCD, OLED 쪽으로 연구 범위 넓혀가는 중
북미·아시아 지역 등과의 국제 협력이 향후 과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 옷을 입고 파란 불빛 아래서 기판을 뚫어지게 살펴보는 사람들. 그리고 동그란 기판 아래 위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면서 뭔가를 찍어내는 기계들-. 우리가 TV 뉴스를 볼 때 자주 접하는 반도체 생산 장면이다.

 

반도체 집적회로는 손톱만큼이나 작고 얇은 실리콘 안에 수만 개에서 천만 개 이상의 전자 부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제조공정상에서의 작은 실수도 불량율을 낮추는데(수율을 높이는데)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는 일단 불량이 발생하면 수리할 수가 없고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의 많은 부분이 진공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은 가능한 한 공기 중의 부유물질을 차단하고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진공 환경에서는 오염 입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공이 되면 정상적 공기압에서와는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우주 공간에서 각종 실험을 하는 것도 달라진 환경에 따라 생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진공일 경우 각 기계의 동작이 대기압에서와 같을 것인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압 하에서와는 다른 진공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진공클럽은 바로 이들 특수 환경과 관련한 측정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 연구회로 출범, 2008년 진공클럽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는 청정 진공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온이란 조건이 붙는다든지 가스와 플라즈마 등이 떠다니는 진공이죠. 또한 진공에도 단계가 있는데 산업현장에서는 10-5에서 10-6 파스칼 수준까지의 고진공을 요구합니다. 또한 다양한 공정 가스와 플라즈마 등 복잡한 진공환경에서 공정을 측정하는 것도 중요한 관건입니다.”

 


표준연 측정클럽이 출발한 것은 2004년. 하지만 진공클럽은 이 클럽과는 다른 경로를 밟고 있었다. 반도체공정진단 기술연구회란 이름으로 따로 활동했다. 실생활에서 진공포장식품, 진공청소기, 라면스프, 전자현미경 등 진공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많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기술은 연구 환경이 다르다. 우리가 생산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는 진단기술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연구회란 이름으로 산학연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됐고 2008년 진공클럽이란 이름으로 측정클럽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지금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소자업체를 비롯해 장비·센서·소재·부품 업체와 대학·연구소까지 50여개의 회원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측정클럽을 통해 표준연과 회원사가 공동으로 진공공정 실시간 측정기술과 측정법, 센서 개발 등을 주제로 한 지식경제부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윤주영 박사는 “아무래도 현장 실용화 기술 쪽으로 집중하다 보니 기업에서 관심이 많습니다”라면서 “워크숍 때 300명까지 모인 적이 있을 만큼 산업체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습니다”라고 현황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LCD· OLED· 태양광 생산 공정 쪽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윤 박사는 “반도체의 경우 사실 기존 시스템에 측정기술을 덧붙이는 형식이어서 맞춰나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라면서 “새로운 분야는 진공공정 측정기술을 처음부터 시스템에 접목시켜 나갈 수 있어 더 효율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끼리 밀접하게 기술교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국제협력이 활발하지 않은 점이 진공클럽이 해결해 나가야 할 앞으로의 과제다. 회원사 개별적으로는 해외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클럽 차원에서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다.

 

“반도체 공정진단 관련 학회가 북미, 아시아 지역에도 있지만 저희는 아직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강국이란 이름에 걸맞게 기반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국제협력은 꼭 필요하므로 앞으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클럽 활동 외연을 넓혀나가겠습니다.”

 

*파스칼은 압력의 단위다. 1m2의 공간에 1N의 압력이 가해질 때 1파스칼(Pa)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