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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측정불확도 개념 제대로 잡겠다!…표준연 측정불확도 연구회



 


측정불확도 개념 제대로 잡겠다!…표준연 측정불확도 연구회

모든 상황 고려해 측정불확도 산출해야



머그컵 속에 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여러분의 손에는 줄자가 놓여 있다. 물의 높이는 얼마일까? 보통의 경우 줄자를 이용해 몇 cm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측정에 대한 개념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정도라는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직접 잰 물의 높이가 5 cm라고 가정한다면 ‘5 cm ± 5 mm’라고 말할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물어보자. ±다음의 두 번째 항인 5 mm는 무슨 값이라고 하는가? 오차?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수학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차’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 값은 오차가 아니다. 오차란 측정값에서 참값(또는 기준값)을 뺀 값인데 여기서 문제는 5 cm가 참값인지를 100 %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줄자를 이용했기 때문에 물 높이는 눈의 읽음값으로 쟀을 터. 정확한 값이라고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줄자 자체가 정확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면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5 mm는 도대체 무엇일까? 바로 측정불확도다. 이는 내가 잰 값이 얼마만큼 불확실한지 나타내는 파라미터다. 그렇기 때문에 측정불확도는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온 값을 ‘평가’한다는 용어를 쓴다.


일상생활에서 측정불확도의 개념 자체는 그리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측정과 관련된 산업현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이에 따라 측정불확도는 ‘사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측정값의 산포특성을 나타내는 파라미터’로서 측정값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지표라고 정의된다. 측정결과는 측정값과 함께 불확도가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 대개의 경우 측정불확도 평가는 ‘표준편차’와 ‘통계’ 개념을 적용한 수식을 통해 계산해 진행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측정불확도 연구회에서는 산업 현장에서의 측정불확도 평가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적인 측정불확도 평가 지침 보급, 측정불확도 평가 교육과 자문, 평가방법 홍보, 애로사항 해결 등을 담당한다.


측정불확도는 분야에 따라 다르다. 특히 물리측정분야의 측정불확도값은 상당히 작다. 예를 들어 길이의 불확도값은 10의 -12승(10-12)까지 내려간다. 시간 쪽은 더하다. 수준이 10의 -14(10-14)승이다. 물리 관련 측정은 값이 상당히 정확하다고 할 만큼 이미 기술적으로 성숙돼 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화학분야는 불확도가 100 %에 달하기도 한다. 생활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의 경우 측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기후분야 역시 측정해서 값을 낸다는데 의의를 둘 정도로 불확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최근엔 화학, 생물분야와 환경·의료·식품 등 안전과 보건과 관련한 삶의 질 분야의 측정불확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측정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는지, 그때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측정값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관련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측정불확도 평가능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 “측정불확도는 오차가 아니다”

“측정의 정의가 확장됐는데 아직도 실험실에서 기기를 이용한 측정값에 매달리는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의 측정불확도값을 산출하는데 이제 진일보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측정불확도 연구회 회장인 최종오 박사는 “측정불확도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부재(不在)하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예를 들어 (대전)갑천의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을 위해 시료를 채취했다고 합시다. 대부분의 경우 이를 실험실로 가져와 계측기로 값을 내고 불확도를 계산하는 데서 그치죠. 하지만 이 값은 정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시료를 채취했는지, 또 어떤 식으로 보관했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질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제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실험실에서 잰 값이 과연 제대로 된 불확도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최 박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불확도란 그 모든 요소를 고려해 나온 값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계와 산업 측정 현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오차와 불확도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측정불확도 연구회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오차가 측정불확도란 개념으로 바뀐 지 이제 겨우 20여년이 돼 갑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까지 갈 길이 멉니다만 측정불확도 연구회의 할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