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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허와 실 “방사능 공포, 얼마나 믿고 먹어야 하나?”

 

 

#사례1=주부 A 씨는 최근 식구들을 위해 저녁 메뉴로 동태찌개를 준비했다. 국내산이라는 말을 믿고 저녁 메뉴로 정했지만, 잠시 동네 미용실에 갔다가 "요즘 누가 동태찌개를 먹느냐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먹이지 말라"는 말을 듣고 음식을 다 버려야했다. A 씨는 음식을 버리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 생각했지만 당장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

 

#사례2=주부 B 씨는 가족이 일본산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베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산 자체에 대한 부담감에 베개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측정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구원에 검사 의뢰를 생각했고, 결국 베갯속 1리터를 용기에 담아 검사를 의뢰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사례3=직장인 C 씨는 최근 매일 마시는 우유에 의심이 들었다. 혹시나 방사능이 검출되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휴대형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다. 측정기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믿을 수가 없었다. 중고로 산 측정기가 정확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연구원에 다시 검사를 의뢰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해 국민들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일상생활 용품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며 개인적으로 휴대형 방사능 측정기에 대한 구입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가의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는 정밀한 방사능 오염도 측정값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종만 한국표준연구원 삶의질측정표준본부 방사선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1차적으로 방사능 오염 여부는 알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물질 내부에 방사선 물질이 어느 정도로 들어있는지 오염도를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방사능에 대해 우려가 깊어지면서 연구원에 측정을 의뢰하는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 개인적인 사항이지만 의뢰자들의 마음을 고려해 측정을 해주고 있다""일본산 편백나무를 재료로 한 베개와 우유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 8개현 외 지역에서 오는 일본산 수산물의 세슘 허용기준치를 370베크렐(Bq/kg)에서 100베크렐로 강화했다.

 

이는 중국 800베크렐, 유럽연합 500베크렐과 국제권장 기준 1000베크렐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개인용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측정기는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측정기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믿을 수 있다는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불신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가 모든 의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사능은 물질을 이루는 특정 원소의 핵이 붕괴하는 정도를 말한다. 방사성 핵종마다 고유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데 감마선, 베타선, 알파선이 대표적인 것이다. 요오드-131, 세슘-134, 세슘-137 등은 주로 감마선을, 스트론튬-90은 베타선만, 플로토늄-238은 알파선을 방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핵종인 요오드-131, 세슘-134, 세슘-137 등이 방출하는 감마선은 투과력이 높아 사용하는 측정기의 감도가 우수하면 오염 여부를 알 수 있으나, 입자이며 전하를 띠고 있는 베타선이나 알파선만 방출하는 핵종은 휴대용 측정기로는 측정이 사실상 어렵다. 

 

이 책임연구원은 "베타선과 알파선 방출 핵종은 실험실에서 화학적 전처리를 통해 특정 동위원소를 추출한 후 측정에 들어간다"며 "실험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간이형 방사능 측정기로는 측정이 어렵고, 실험실에서만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마선은 빛과 같다고 보면 된다. X선 보다 투과력이 높아 시료를 특별히 전처리하지 않고도 휴대형 방사능 측정기로 감마선에 대해서만 측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연구원은 "실험실에서는 측정 조건에 맞게 인증표준물질(표준선원)로 교정하여 측정하기에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지만 휴대용 측정기는 복잡하게 분포된 대상 물질의 특정 부분을 대상으로 측정하는 만큼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기는 불가능하고 표시된 값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휴대용 측정기의 경우는 제조사마다 측정범위 또는 민감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과 관련 방사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확한 원산지 표시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개인적으로 연구원에 측정을 의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기준치 이하의 측정 결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며 "먹거리에 대한 방사능 수치인만큼 우려하는 마음이 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방사능에 대한 오해도 상당한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곳에는 기본적으로 방사선이 존재한다. 토양, 태양 등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단지 미량이고 피할 수 없기에 자연 방사능에 피폭되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만큼 방사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현재 일본산 먹거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식약청 등을 통해 검사를 진행, 국내에 유입된 먹거리를 신뢰해도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정확한 원산지 표시가 행해져야 소비자의 신뢰도 커질 수 있기에 원산지가 명확히 표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