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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오기로 시작, 3차원 측정기 시장에서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덕인


 

오기로 시작, 3차원 측정기 시장에서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덕인

표준연 창업기업으로 측정기 국산화 선두주자


‘내가 제일 잘 나가’

 

서호성 길이측정클럽 회장은 회원사인 ‘덕인’을 묘사하는데 가장 좋은 수식어라며 여성 4인조 아이돌 그룹 2NE1의 노래 제목을 인용한다. 한 마디로 3차원 측정기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란 뜻이다.

 

3차원 측정기(Coordinate Measuring Machine:CMM(3차원 좌표 측정기))는 측정기의 좌표방향을 X축, 전후방향을 Y축, 상하방향을 Z축으로 해 대상물의 치수ㆍ각도 및 형상을 측정하는 기기다. 자동차의 엔진, 기어박스, 트랜스미션 등과 로켓, 탱크 내 부품 등 제품의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길이 측정은 품질 관리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3차원 측정기가 없는 제조업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제조현장에서는 필수적인 측정기기다.

 


 

덕인은 1990년대 3차원 측정기 개발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겼던 관련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현재까지 건장하게 살아남았다. 기술제휴 없이 자체 개발로 모든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덕인’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현재 현대ㆍ기아 등 국내 유수의 자동차 업체에서 덕인의 3차원 측정기를 사용하고 있고 해외 전시회 때 미국 포드사의 담당자들이 정보를 탐색하러 부스에 상주할 만큼 덕인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규현 대표이사는 “측정기 자체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반면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사명감과 열정이 없이는 오래 버티기 힘든 분야”라면서 “하지만 미국, 유럽 등이 주름잡고 있던 세계 3차원 측정기 시장에서 덕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 시장도 접수…디스플레이 분야까지 진출

 

덕인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연구원 창업기업이다. 길이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임재선 박사가 창업주다.

 

서 회장에 따르면 3차원 측정기는 제조업 전 분야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장비나, 1980년대에만 해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했기에 기술종속 및 외화 유출이 심각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자국 기술보호 주의로 인하여 부실한 기술지원과 폭리에 가까운 고비용 구조로 인하여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국산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 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길이실을 책임지고 있던 임 박사는 같은 연구실의 몇몇 동료와 3차원 측정기의 국산화를 위하여 덕인을 창업하게 됐다. 1990년 9월의 일이었다.

 

3차원 측정기를 끊임없이 진화시키며 국내 시장에서 발을 넓혀가던 덕인은 2003년에는 중국 제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측정기 수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00년대에는 3차원 측정기 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런 인연으로 측정클럽과의 협력관계도 끈끈하다.

 


표준연은 덕인에게 마이크로 CMM(3차원 측정기) 국산화를 맡겼고 덕인은 2011년 3월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길이 연구실에 설치된 마이크로 CMM이 바로 덕인의 작품이다. 길이 측정클럽 간사인 강주식 박사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차원 측정기보다 측정영역은 작지만 정밀도를 10배 이상 올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며 “비싼 외국 장비를 사지 않아도 돼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이전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수준의 장비이기에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겪었다”며 “‘할 수 있다’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된다’를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고 현재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의 측정 시장 축은 아시아로 이동했습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고요. 저희 덕인은 그동안의 기술력과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이 전 세계 길이 측정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복잡한 길이 표준, 측정클럽에서 배운다”

 

길이 표준을 잡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꽤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보통 산업체에서 길이를 재는 기구는 버니어 캘리퍼스다. 하지만 이 측정값이 정확하기 위해서는 버니어 캘리퍼스를 교정해야 하는데 이때 게이지 블록이 쓰인다. 한편 게이지 블록은 레이저 간섭계로 측정해야 하며, 레이저 간섭계 내 빛의 파장은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를 통해 교정한다. 이 레이저의 파장은 다시 광빗(optical comb)의 파장 값으로부터 정확한 값을 얻는데 최종적으로 이 광빗의 파장 값은 마이크로파의 주파수 표준, 즉 시간표준으로부터 소급된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은 “측정클럽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측정클럽이 결성되기 이전에는 표준보급을 위하여 교정서비스만으로 표준연과 각 업체끼리 수직적 관계를 맺었다면 지금은 측정클럽을 통해 기업, 연구소, 대학, 교정기관 등이 수평적 관계를 맺으면서 국가 표준소급 체계, 국제표준 인정 및 인증제도, 측정불확도 등과 같은 다양한 지식과 실질적인 기술 정보 교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이 측정클럽의 초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 대표이사도 맞장구를 친다.

 

“저희 회원사들은 서로 토론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죠. 기술 개발에 있어 회장님과 간사님을 참 많이 괴롭혔습니다.(웃음)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길이측정 클럽이 잘 유지되면 좋겠네요.”

 

서 회장은 “올해는 좀 더 많은 회사가 10월 워크숍에 참여해 측정표준과 그 소급에 관련하여 많은 정보와 편익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