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표준연과 20년 기술교류…세계 유량 산업계 우뚝



 

표준연과 20년 기술교류…세계 유량 산업계 우뚝

‘하이트롤’ 김봉구 회장…“연구원 측정클럽은 최고의 파트너”


“우와, 우리 회사가 UAE 원전 국제입찰에서 수주했다고요? 정말 잘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인터뷰 중 전화를 받은 김봉구 회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상기됐다. 얼굴 전체에 반가운 표정이 퍼져갔다. 유량계 전문기업 하이트롤(대표 설진호)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부품 국제입찰에서 자체 생산 중인 유량계 ‘피토 튜브’ 설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하이트롤은 유량 분야에 뛰어든 지 20여 년이 된 유량계 전문기업이다. 발전, 플랜트, 석유화학과 수처리 등 분야에 꼭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레벨계와 유량계를 생산하면서 올해 1000만 달러 매출을 바라볼 정도의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으로 통한다.

 

하이트롤의 강점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한국기술표준원(KOLAS)에서 인증받은 측정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생산과 동시에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후 교정·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각 제품별로 측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방위 품질관리 덕분에 주력 제품인 차압식 유량계(Cone D/P meter)는 국내에서 사실상 라이벌 기업이 없으며 해외에서도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전 채굴업체 카메론(CAMERON)사도 미국내 파트너로 하이트롤을 택해 차압식 유량계를 공급받고 있다. UAE 국제입찰에서의 반가운 소식도 물론 이 같은 기반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유량 분야를 시작할 때부터 표준연 전문가 도움 커”

 

유량계(flow meter)는 말 그대로 기체나 액체 같은 유체의 유량을 측정하는 기계다. 발전소 열량 제어, 반도체 공정, 천연 가스 저장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측정 대상이 물, 기름, 가스 등 돈과 직결된 것들이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20년 전 유량분야에 발을 담갔을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막막했습니다. 모든 부품과 기술을 해외에서 수입하던 때였죠. 자연히 표준연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측정클럽의 전신인 유량연구회에서부터 함께 했기에 지금까지 갖은 어려움을 잘 뚫고 헤쳐 나올 수 있었죠.”

 

유량 측정클럽 임시회장도 맡고 있는 김봉구 하이트롤 회장은 처음 유량측정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를 회고했다. 이 자리에는 측정클럽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광복 하이트롤 자문위원도 동석했다.

 

이 위원은 표준연구원 설립 초창기부터 꾸준히 유량분야 연구를 진행해온 베테랑 연구원이다.

 

“하이트롤이 유량 분야에 막 뛰어들었을 때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측정에 필요한 표준 장치를 설계하는 일을 맡게 됐고 그 인연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이 위원은 작년에 이미 표준연을 퇴직한 상태. 그러나 초창기부터 동고동락한 덕에 퇴직 후 하이트롤에서 유체 기술 자문을 맡게 됐다. 지금은 현재의 측정 설비를 국제규격에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과 파주라는 거리적 제약에도 일주일에 한번 씩 오고가며 저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유량 측정클럽을 통해 이런 파트너를 만난 것에 정말 감사하죠.”

 

지난해 ‘차압식 유량계는 반드시 측정교정 시험 후에 사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 덕분에 하이트롤이 생산하는 차압식 유량계의 장점을 전 세계에 알린 셈이 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 회사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이광복 위원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논문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표준연 측정클럽은 中企의 해외정보 유통 채널”

 

표준연 내 유체유동 그룹과 관련 기업·기관들은 측정클럽이 생기기 전 유연회(유량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유량 측정클럽이 출범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흡수돼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30~50여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표준연의 유량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라는 이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파생응용 기술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 이는 유량 측정클럽 회원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 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 회장은 표준연이 중소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해외 최신 정보 수집’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기술에 자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클럽활동으로 국제 기술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면 기술개발 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방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술과 외국어 모두에 능통한 인재가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곳도 표준연 측정클럽”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김 회장은 클럽 모임이 1년에 한번 밖에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 해에 두 번 정도는 만나 좀 더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연구원들의 경우 한 자리에서 20~30년씩 연구하면서 특정 분야 전문가가 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내외부적 경영환경에 따라 인력 이동이 심한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기업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도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측정클럽이 탄탄한 전문가 네트워크로서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저희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