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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포스코가 인정한 금속 측정 전문가들 '강도클럽'

클립에 쓰는 금속을 아파트 기둥에 사용한다면? 또는 아파트 기둥을 지탱하는 금속으로 클립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클립은 펴기조차 힘들고 아파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실제로 금속이 가진 단단함과 세기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사용돼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금속은 다양한 활용으로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만큼 개별 금속의 특징을 잘 파악해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백운봉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2006년 '강도(强度, strength)클럽'을 개설했다. 강도란 재료에 하중이 걸린 경우, 재료가 파괴되기까지의 변형저항을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물체의 강한 정도. 강도는 금속 재료를 가공하기 전에 반드시 측정해야 하는 것으로 꼽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강도측정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때문에 기업이나 대학마다 강도측정 방법이 제각각이고, 통일되고 정확한 데이터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백운봉 박사가 강도클럽 운영을 주도한 것이다.

▲강도 측정시 사용되는 시편을 설명 중인 백운봉 박사.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실험을 통해서 강도 기준치가 넘었다는 결과가 나와도 그게 정확한 건지 몰라요. 길이, 온도와 같은 기초분야들은 교정 서비스도 하고 다양한 측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강도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강도측정 실험 자체도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측정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곳도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최근 강도클럽은 현재 우리나라 강도측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 국내 대학 5곳, 기업·정부출연연구소 5곳의 측정 능력을 점검했다. 그 결과 대학은 1곳, 연구소는 기업연구소와 출연연을 합쳐 3곳만 제대로 된 측정값을 제출했다. 60%가 잘못된 강도 측정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백 박사는 "강도측정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사용법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귀찮아서 제대로 안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외국에서 들여온 기계로 측정하면 무조건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틀린 측정값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강도클럽은 이러한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홈페이지에 강도 측정과 관련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개별워크숍에서 회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해주고 있다. 또 정확한 강도측정법을 알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게는 현장 방문을 통해 정확한 측정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정확한 강도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5개의 센서를 교정해야 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내용들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어요. 꼭 클럽 회원이 아니라도 좀 더 많은 곳에 정확한 강도 측정방법을 알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평소에도 측정방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죠."

▲강도 측정법을 배우기 위해 강도클럽을 찾은 포스코 직원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강도측정법을 배우기 위해 강도클럽을 찾는다.


▲백 박사가 강도측정 전 교정할 때 사용되는 물건들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강도클럽의 노력이 알려지며 최근에는 강도에 대해 정밀한 측정을 요하는 항공 우주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클럽을 자주 찾고 있다.

실제로 강도클럽은 국제 측정대회에서 항상 5위 이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국·내외에서 측정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강판에 대한 설계를 할 때, 외국에서 들여온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예를 들면 미국 NASA가 측정한 데이터를 보고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서 설계하면 실제로는 예상한 측정 데이터와 약 1000배정도 차이가 났죠. 그러다 지금의 포스코가 우리에게 강도측정을 의뢰해서 적절한 재료를 알려주니 오차가 1.5배로 확 줄어들었어요. 지금은 포스코는 물론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같은 곳에서도 많은 의뢰가 들어오고 있죠."

▲표준연 강도클럽은 국제 강도측정 대회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강도클럽은 수소연료통과 수소엔진에 사용되는 금속 재료의 강도측정을 통해 수소자동차의 개발에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성 검증을 마친 국내 유일의 수소연구동을 설치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강도 클럽의 회원수는 약 600명. 적지 않은 회원 수 이지만 백 박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강도 클럽에 가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28일 개최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회원 확보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

"강도클럽이 지금은 회원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강도측정이 산업 설계에 있어 꼭 필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활성화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강도측정에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는 회원이 있다면 강도클럽을 총 동원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클럽 회원들이 행복한 직장생활,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저희 강도클럽이 노력하겠습니다."

▲9월 28일 강도클럽의 운영위원들이 모여 회원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