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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세계 기상관측기술 선도 위해 손잡다!

 

 

1441년, 세종 23년 측우기가 발명됐다. 이후 측우기는 조선시대의 관상감(觀象監)과 각 도의 감영(監營) 등에서 우량 측정용으로 쓰였으며 현대의 우량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당시의 측우기 발명은 갈릴레오(Galileo,G.)의 온도계 발명(1592)이나 토리첼리(Torricelli,E.)의 수은기압계 발명(1643)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따라서 조선의 측우기는 세계 최초의 기상관측장비였으며 세계 기상학사에서 관천망기시대(觀天望氣時代)에 뒤따르는 측기시대(測器時代)를 약 150년 앞당겨 놓은 역사적인 관측장비다.

 

이렇게 세계 최고였던 우리 선조들의 기상 관측장비와 기술을 이어받아 전 세계 기상관측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이하 KRISS)과 기상청(청장 조석준)이 손을 잡았다. 

 

 

 

 

◆ ‘SF6 세계표준센터’ 유치 성공…“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으로 성과난 것”

 

지난해 12월, KRISS가 기상청과 함께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로부터 교토의정서 규제대상 6개 온실가스 중 하나인 육불화황(SF6)에 대한 ‘세계표준센터’ 유치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SF6는 도체, 자동차, 전기절연체, 냉매 등의 생산 공정에서 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1/6가량 미량 존재하지만, 지구온난화 효과는 이보다 2만 4000배나 더 큰 물질이다.

 

바로 이 물질에 대한 세계표준센터는 KRISS가 도와 기상청이 유치한 것이다.
미국과 스위스, 일본, 독일이 교토의정서 규제대상 6개 온실가스 중 3개 물질(CO2, CH4, N2O)에 대해 세계표준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SF6 세계표준센터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운영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RISS와 기상청은 ‘SF6 세계표준센터’ 유치를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온실가스 관측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 특허를 포함한 기반기술을 확보했다.

온실가스 표준물질 개발 과제를 해 온 KRISS 대기환경표준센터의 이정순 박사는 “2002년부터 KRISS는 기상청하고 관련 온실가스표준물질 개발 과제 수행을 계속 해오고 있었다. 이 사업을 이어받아 2008년부터는 온실가스 측정을 위해 개발한 표준물질과 측정 장비를 기반으로 세계표준센터를 지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고 2012년부터는 기상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기상청과 함께 해 온 과제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교토의정서 협의에 의해서 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를 각국의 세계표준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있고 이 온실가스 증감 리포트를 매년 내고 있다. 그런데, 관측 자료의 증감이 완만해서 관측 데이터의 질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가 다른 온실가스가 아닌 SF6에 대한 ‘세계표준센터’를 유치한 것에 대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등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며 “SF6는 반도체 공정에 꼭 쓰이는 물질인데,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SF6를 배출하게 된다. 때문에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SF6를 체계적으로 감시하면서 국제적 기여하려는 게 세계표준센터 유치의 의의”라고 피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그간 온실가스와 관련한 세계기상기구의 품질관리 프로그램 등 관련 사업들은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관측기술이 높은 나라들이 역할을 해왔다. 이들 나라 이외에 세계표준센터를 유치, 운영하게 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전지구적인 온실가스의 분포 및 증감을 논하기 위해서는 지구 곳곳의 데이터를 동시에 같이 봐야 하는데, KRISS가 관측데이터의 신뢰성 확보의 부분에서 역할을 했다”며 “그동안 세계표준센터를 운영하던 나라들이 아닌 제 3세계에 속한 우리나라가 센터 유치에 나서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2년마다 모이는 세계기상기구의 회원국 온실가스 미팅 자리에서 정식으로 발표도 하고 회원국에 동의를 구하는 등 공식 프로세스를 밟았다. 이런 공식 절차를 밟은 건 우리나라가 세계 첫 케이스였고, 다른 제 3세계 나라도 나설 수 있는 있는 사례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 기상청 기후정책과 김상백 박사


Q SF6 세계표준센터 유치 과정에서 기상청의 역할은?


A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운영하는 기후변화감시 국제협력프로그램(GAW)에 1990년 중반부터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청정지역인 안면도(1996년), 제주도 고산(2008년), 울릉도/독도(2013년 설립 예정)에서 기후변화감시소를 설립 운영하면서 관측자료를 GAW 참여국과 공유하고 있다.


세계표준센터는 이러한 GAW 참여국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자료공유의 효율성을 강화를 목적으로 회원국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세계기상기구 회원인 기상청이 중심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역할 수행의 기반 역시 KRISS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Q 세계표준센터유치를 위한 기상청이 추진한 기반 구축 사업은 무엇?


A 기상청은 이미 2009년부터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 SF6 상시관측을 실시하고 있으며, SF6에 대한 자료분석 능력을 확보했다.


Q 앞으로 세계표준센터를 운영하면서 우리가 얻게 될 기대효과는?


A SF6의 경우는 관측을 수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선도적으로 SF6 관측을 수행하는 우리나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또 SF6와 같은 대기 중의 극미량 온실기체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세계에 알려지면 앞으로 관측시스템 개발, 분석기술 수출 등 다양한 형태로 국격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세계표준센터 유치에 성공한 이후 추진되고 있는 것은?


A 2011년 센터 유치 확정 후, 올해는 관련 국가 예산과 인력을 확보했고, 구체적인 협약도 마쳤다. 2013년 이후에는 실험실 내 하드웨어적 인프라와 교육프로그램 등 소프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기상청-KRISS의 적절한 역할 구분을 통해 세계표준센터 운영을 위한 발전적인 역할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지구자기장관측소 국제 인증 위해 협력…“국내 최초 국제기준 부합 관측소 될 것”

 

 

기상청과 KRISS가 협력하고 있는 분야로 지구자기장과 관련된 것도 있다.

지구자기장이란, 지구 주변에 형성된 자기장으로 지구 내부의 마그마 등의 물질이 회전하면서 자성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나침반이 언제나 북쪽을 가리키는 이유는 바로 이 지구 자기장 때문인데, 지구 자기의 북극은 지리적 북극보다 약간 치우쳐 있다.

 

KRISS 기반표준본부 전기센터 센터장인 박포규 박사는 지구자기장에 대해 “지구자기장은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살 수 있게 하는 보호막”이라며 “우주방사선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이 지구자기장을 감지해 철새나 고래, 연어들은 이동을 한다. 예전에 ‘코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지구자기장을 다룬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구자기장과 기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난 4월 1일, 기상청은 우주기상예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하루의 날씨 뿐 아니라 태양 흑점 폭발 등으로 인한 우주기상이 우리 생활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RISS와 기상청은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지구자기장 관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난 2010년 국가 기후변화 대응과 지구자기장 측정분야의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박 박사는 지구자기장 관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구의 물리적 환경을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하느냐, 측정된 관측 자료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이벤트를 발견하느냐가 중요시 되고 있다”며 “하와이에 가면 화산분출물이 쌓여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쌓여있는 분출물 중에는 자성물질도 있는데, 쌓인 모습을 보면 주기적으로 지구자기장이 역전됐다는 걸 알 수 있다. N극과 S극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대체로 80만년마다 바뀐다는 설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선사시대의 도기 파편이나 화산 용암 속에 포함된 자성물질, 옛 항해일지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약 3백 년 전부터 지구자기장의 세기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구자기장의 세기 약화와 방향 역전, 급격한 교란현상은 지구환경과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자기장 관측은 이런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지구자기장 관측을 위해 기상청은 2009년 충남 청양에 지구자기관측소를 세웠다. 박 박사는 바로 이 청양지구자기관측소의 국제자기관측소 인증을 위해 기상청과 협력하고 있다.

 

 

 

박 박사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자북)과 북극점이 있는 방향(진북)은 차이가 난다. 이를 편각이라 한다. 이 편각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또 지구자기장을 측정하려면 아주 조용하고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이어야 관측데이터 상의 noise가 적다”며 “청양관측소에서 1초 단위로 관측한 측정 자료가 매일 기상청으로 보내진다. 국제 MRA에 의해 KRISS에서 측정해서 평가받으면 국제적으로 통용‧인정된다”고 전했다.

 

지구자기관측에 대한 표준화와 각 관측소간의 자료의 상호 공유를 위해 결성된 국제조직 ‘인터마그네트(INTERMAGNET)’에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이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운영하는 청양관측소를 ‘인터마그네트’에 가입시키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며 기상청과 KRISS가 협력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이에 대해 “청양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에 대해 noise는 없는지 등을 수정, 평가하고 있다. 청양관측소가 국제자기관측소로 인증받으면 국내 최초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관측소가 될 것”이라며 “지질학적 연구를 위한 자료 공급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 군대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지진예지연구를 위해서도 쓰이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1초 단위가 아니라 0.1초 단위 측정법 개발에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기상청 관측기반국 지진정책과 박민아 주무관

 

Q 청양관측소는 어떻게 운영 중인지?

 

A 기상청은 청양관측소에서 1초 단위로 측정되는 지구자기장 데이터를 전용라인을 통해 모니터링한다. 2주에 한 번씩은 절대측정을 하는 것을 비롯해 관측소 유지‧보수 및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Q 청양지구자기장관측소의 인터마그네트 가입은 기상청에게 어떤 의미와 의의가 있나?


A 청양관측소 설립 배경에는 지구자기장 변화뿐 아니라 지진전조현상 감시도 있다. 청양관측소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는 인터마그네트에 가입하게 되면 국제 수준의 질 높은 측정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기상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Q 지구자기장 관측과 관련해 추진 중인 또 다른 사업은?


A 기상청이 지구자기장 업무를 총괄하면서 ‘국가지진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지구자기장 데이터를 관련 전문가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시작해서 후년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기상청이 생산하는 데이터지만 이런 좋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진과 화산 활동 감시에 각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