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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꽁꽁 숨긴 무기와 안개 낀 날에도 원전은 안전하다

 

 

“테러나 침입 수법이 나날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침입탐지 기술과 장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보안장비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현실 속에서 운영 및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물리적 방호 시설까지 디자인해서 같이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 독자기술로 개발한 물리적 방호 장비가 있다면 그 장비의 수출 길을 여는 셈이 되겠죠.”(김현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박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이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하 KINAC)과 함께 원자력 발전소의 새로운 물리적 방호기술 개발에 나섰다.

표준연과 KINAC이 손을 잡게 된 계기는 기관장 간 교류에서부터 비롯됐다. 표준연에서 연구 중인 첨단 기술 중 KINAC의 업무와 연관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물리적 방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감시기술에 적용할 만한 아이템을 발굴해냈다. 그것이 바로 테라헤르츠와 적외선 열화상을 이용한 보안검색 기술이다.

 

 

마침 표준연에서는 2010년, 폭발물과 액체폭탄 등 위해물질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고속테라헤르츠 분광기술’을 개발한 상태였다. 또한 테러기법이 고도화되면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총기부품을 최소화하고 검출되지 않는 재질의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적외선 열화상의 경우 현재 감시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CCTV는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어야 하고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보완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또한 표준연은 적외선 열화상과 관련한 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에서 다양한 응용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이에 KINAC에서는 표준연이 보유한 기존 탐지기술을 더욱 개선시켜 금속성 무기 외에도 세라믹 총과 같이 기존에 탐지할 수 없었던 비금속성 은닉무기를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침입자를 탐지할 수 있는 감시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2011년부터 표준연과 함께 연구에 돌입했다. 총 3년 계획으로 예정된 ‘원자력 발전소 물리적 방호 능력 향상을 위한 첨단감시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표준연과 KINAC은 내년, 침입감시 및 검출장비의 시제품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KINAC의 김현철 박사가 과제책임자이며 표준연에서는 안전측정센터의 안봉영 박사(연구총괄책임자)·최만용 박사·서대철 박사팀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개발 장비, KINAC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에 설치 예정

 

원자력 발전소 물리적 방호현장은 90%는 카메라, 일반적인 보안이고 10%는 핵물질과 관련한 특수한 검색 업무로 이뤄진다. 핵물질은 핵연료 연료봉 안의 ‘펠렛’에 담겨있는데 이 ‘펠렛’은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있다. KINAC 김현철 박사는 “현재 보안검색에서 사용되는 X선으로는 세라믹 등 비금속성 장치들은 검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테라헤르츠 화상을 이용한 검출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라헤르츠파는 100㎓에서 30㎔ 범위의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로서 X선보다 투과력이 강하나 에너지는 낮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테라헤르츠파는 물질별로 흡수 스펙트럼이 달라 검색대를 통과하는 각종 물체의 형체를 영상으로 확인 가능하며 성분 분석까지 가능하다. 표준연과 KINAC은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위해물질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 물질의 형상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영상처리기술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가방 등에 숨겨놓은 폭발물이나 핵물질 외에도 사람 몸속에 숨겨져 있는 것도 탐지할 수 있게 된다. 

 

김 박사는 “테라헤르츠 분야는 외국에서도 아직까지 널리 보급되지 않은 분야여서 우리도 뛰어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세계 최초로 유망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적외선 열화상 기술의 경우 열원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근거로 물체를 탐지한다. 표준연 최만용 박사에 따르면 CCTV는 빛의 반사량을 측정하지만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는 열에너지를 측정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적외선을 활용하면 시야가 확보되는 것과 관계없이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는 색 구분이 안 되는 점을 보완하는 광학카메라도 같이 동작하도록 설계했다. 물체의 이동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만용 박사는 “기존 추적 시스템은 앞의 좌표와 비교해 판단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추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열 추적 기법을 사용하면 동시에 몇 명이 얼마만한 속도로 이동하는지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관련 기술의 이론적 연구는 끝나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물론 아직 더 연구해야 할 것들도 적지 않다. 현재의 테라헤르츠 화상을 이용한 은닉무기 검출 기술은 영상처리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해상도가 높으면 속도가 느리고 속도를 올리면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 해상도와 정확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맞춰 복잡한 물체도 검출하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아직까지 휴대용 크기로 장비를 제작할 수 없다는 점도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최 박사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는 탐지된 침입자의 얼굴까지 식별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까지 발전 가능하다”며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일반 보안 검색에 활용하는 동시에 의료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기술로서도 가치가 높다”고 전망했다.

 

KINAC은 2013년 완공 예정인 국제핵안보훈련센터에 표준연이 개발한 첨단감시기술 장비를 교육용으로 설치해 활용할 계획이다.

김현철 박사는 “표준연은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응용분야를 찾고 KINAC은 새로운 물리적 방호 탐지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원간 윈윈 사례로서 이번 과제의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물리적 방호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연과 함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뉴스레터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측정클럽 뉴스레터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