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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스페셜 토픽

"유비쿼터스·오토메이션이 지배하는 미래, ‘시간’이 주인공이죠”



 

"유비쿼터스·오토메이션이 지배하는 미래, ‘시간’이 주인공이죠”

기본이 튼튼해야 응용이 산다... 권택용 시간주파수 측정클럽 회장


1714년 해상왕국을 꿈꾸던 영국은 경도(longitude)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2만 파운드의 상금을 주는 경도법을 제정했다.


항해를 위해서는 위도(latitude)와 더불어 정확한 경도가 요구된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있으면 태양이나 별의 위치로부터 경도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해양에서 계속 동작하는 정밀한 시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존 해리슨 (John Harrison, 1693∼1776)은 2개월 동안 5초가 틀리지 않는 정확한 시계를 개발, 1773년에 경도상을 수상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시계는 항해와 항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비행기나 선박은 물론 많은 자동차들도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한 항법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GPS를 이용한 항법은 정확한 시간을 이용해 위치를 알아내고 이를 항법에 이용한다. 항법만이 아니다. 통신, 방송, 인터넷, 우주 항공, 전력은 물론 도로망, 철도망의 컨트롤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확한 시계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는 3억 년 동안 수초가 틀리지 않는 4×10-16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 정확한 시계는 다양한 산업분야는 물론 상대성 이론의 검증, 우주전파 망원경, 물리상수 검증과 같은 첨단 기초 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이용된다.


“시간은 산업체와 표면적으로 연결돼 있다기보다는 기반 인프라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주파수표준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인프라로서 이것이 깨지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기본이 튼튼해야 응용도 강해진다고 말하는 권택용 시간주파수 측정클럽 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을 만났다.


“유비쿼터스로 상징되는 미래사회는 시간을 기반으로 한 ‘언제’, ‘어디서’란 개념이 늘 따라다니죠.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추구하는 오토메이션도 ‘시간’이 기반입니다.”


권 회장은 “시간은 7개 표준단위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로, 시간을 기준으로 산출된 주파수 표준은 전기와 길이 표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표준단위 중 하나인 길이를 나타내는 '미터(meter)'의 정의는 '빛이 진공에서 1/299 792 458 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확한 길이를 알기 위해선 정확한 시간 측정이 우선돼야 한다.


자동화·산업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의 세분화다. 근대적인 시간의 개념이 도입되기 전인 조선 후기까지 만해도 하루를 12간지로 나눠 사용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시간개념이다. 스피드 스케이팅과 같은 스포츠에서는 0.001초 차이가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시간의 단위인 초(second)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으로부터 구해지고, 주기(period)와 주파수(frequency)는 서로 역수관계이므로 시간과 주파수는 동시에 결정된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과 주파수는 함께 다루고 있으며, 시간주파수(time and frequency) 측정표준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된다.


“시간측정은 간격을 측정하는 시간과 특정 시점을 의미하는 시각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에서는 시각의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표준시를 제공하고 있고, 산업체를 위해 시간(간격) 및 주파수표준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각은 지진관측을 하는 경우 지진의 신호가 나왔을 때, 바로 그때의 시각이 정확해야 각 지점의 측정값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감시카메라도 정보를 담는 시점의 시각이 중요하다.



권 센터장은 “시간센터의 제1목표는 정확한 원자시계의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측정클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미션은 아니지만 원자시계의 정확도는 여러 측정분야에 영향을 주고, 표준기관의 측정 능력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산업체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호인증협약제도인 MRA를 위해서는 우리의 측정표준을 외국으로부터도 인정받아야 한다. 원자시계는 한 국가의 표준에 대한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원자시계 개발을 통해 표준연의 위상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산업체와 MRA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또한 원자시계는 시계 중 물리량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분야에 파급효과가 크고, 또 기초과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권 회장은 “사실 산업체에서는 전기, 길이, 질량, 광도, 압력 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를 교정하는 교정기관에서 시간주파수 표준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주파수 측정클럽(2006년 결성)은 다른 클럽과 달리 산업체보다 교정기관 소속 회원들이 더 많다. 여러 측정분야에 사용되는 장비가 시간주파수의 교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간주파수 교정기관으로 인증 받은 기관 만해도 전국에 40여 곳에 달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산업체에서의 주파수 수요에 더해 최근에는 법정시간, 전자문서의 시간인정 문제. 또 세계의 감시카메라의 기록에 의한 법정시각문제 등 시간의 중요성이 전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 될수록 시계의 중요성은 커지는 만큼 계측장비의 시간이나 주파수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주파수 측정클럽의 활약이 중요하다.


권 센터장은 “지난해 시간주파수 측정클럽 워크숍을 통해 산업체, 교정기관들과 최신 정보를 나누면서 의견을 수렴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회원들과의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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