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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질량분석기 달인을 만나다’



 


[Member Interview 단백질 측정클럽] ‘질량분석기 달인을 만나다’

김숙경 박사가 만난 백문창 경북대 교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측정클럽은 8월부터 1년간 매월 각 클럽별 대표 회원기관을 탐방할 예정입니다. 특히 표준연 내 클럽 회장이나 간사 혹은 기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회원과 함께 직접 방문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가려 합니다. 이번 호에는 단백질 측정클럽 회장인 김숙경 표준연 박사와 같은 클럽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백문창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만났습니다.<편집자 주>


 

단백질 측정에 질량분석기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덕분에 질량분석기가 단백질 측정클럽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질량분석기는 일반적으로 분석화학자들이 시료의 질량을 분석하는데 쓴다. 보통의 경우 분자량이 작은 물질이 그 대상이 된다. 반면 피, 오줌 같은 생물학 시료들은 분자량이 큰 편에 속해 분석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생물학 시료의 경우 질량분석기를 다루는데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백문창 교수는 질량분석기를 잘 다루는 ‘생물전공자’로 정평이 나 있다.

 

생물학자가 질량분석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 분석화학자들이 활용한다. 생물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원하는 분석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설령 질량분석기를 연구에 직접 이용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잘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백 교수의 진가는 여기서 드러난다. 질량 분석기 활용에 능숙해 정확한 단백질 분석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숙경 박사는 이같은 백 교수의 강점을 보고 단백질 측정기술 표준화 작업과 관련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박사와 백 교수는 약대 실험실 선후배 사이라는 남다른 인연이 있어 호흡 맞추기도 쉬운 편이다.

 

김숙경 =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과학계에서 공동연구는 이제 너무 당연한 트렌드가 됐죠. 하지만 연구자들끼리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하니 파급효과가 더 클 거란 생각이 드네요. 특히 백 교수가 생명공학자로서 질량분석을 하니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봅니다.

 

백문창 = 사실 한 4년 전에 선배님의 요청으로 표준연에서 세미나를 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생물 표준 작업을 하면서 질량분석에도 관심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단백질 측정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에 함께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김숙경 =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할 때 잠시 같은 지역에 있었죠. 그리곤 연락이 한 때 끊겼었어요. 그 사이 백 교수가 질량분석기의 대가가 돼 있을 줄은 몰랐네요.

 


백문창 = 처음엔 유전자 쪽을 연구하다가 미국에 가서 단백질 정제, 분리 등 분야로 방향을 조금 틀었죠. 그러면서 약의 타깃인 바이러스 단백질까지 범위를 확장했어요. 제가 있었던 실험실에서는 제약회사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질량분석기를 만나게 된 겁니다. 단백질은 유전자가 그 암호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유전자 구성만 알면 질량분석기를 통해 그 염기서열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질량분석기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죠. 질량분석기로 측정하려면 물질을 이온화시켜야 하는데 고분자 물질은 이온화가 되지 않아 분석 실패율이 높았어요. 2002년 고분자물질 이온화법이 개발되면서 생명공학도가 질량분석기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저도 거기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온 겁니다.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질량분석기는 Q-TOF인데 생물학도로서 직접 사용법을 익혀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Q-TOF가 결과는 잘 나오는데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거든요. 지금은 두 달 이상을 높은 재현성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니 이만하면 대단하지 않아요?

 

김숙경 = 그래요. 이걸 어떻게 직접 활용할 생각을 다 했는지요? 난 엄두도 못 내고 무조건 주변 분석화학 전문가에게 맡겼는데. 연구실에 아예 장비 자체매뉴얼이 붙어있네요. 백 교수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건가 봐요.

 

백문창 = 처음 4,5년간 말도 못하게 고생했죠. 장비 구축하고 단백질 분석에 맞게 사용법을 익히는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필요한 부품은 직접 사서 붙이고 수리도 스스로 했어요. 그 동안은 유의미한 연구결과도 못 내고…. 애가 타던 순간들이었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다행히 장비 운용에 익숙해지면서 연구결과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이 매뉴얼은 그 과정 중에 터득한 경험이 녹아있는 겁니다.

 

김숙경 = 의대에 속해 있으니 여러 가지로 도움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백문창 = 소변 같은 분석시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의학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질량분석기를 이용할 수 있는 연구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네요.

 

김숙경 = 앞으로 연구 방향은 무엇으로 잡고 있는지요?

 

백문창 = 질량분석기도 중요하지만 나온 결과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의 질도 무시 못해요. 측정 방법을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야죠. 글라이코실레이션(glycosylation: 효소를 이용해 단백질에 당을 붙이는 반응 공정)쪽으로 좀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올해 2월에 시작한 당단백질 관련한 시험법과 표준물질 분석법을 더 간단하게 만드는 연구를 단계별로 잘 진행시키는 게 당면 과제죠.

 

김숙경 = 마지막으로 단백질 측정클럽과 관해 한 마디 한다면?

 

백문창 = 표준연은 지금까지 물리, 화학 기반으로 한 측정클럽 활동이 활발했죠. 앞으로는 생물, 특히 단백질 분야에 관심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단백질 측정클럽이 국가적으로 신약개발의 좋은 롤 모델이 됐으면 해요. 그럼 제 2, 3의 생물분야 측정클럽도 만들어 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