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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멤버 인터뷰

±0.001℃ 온도 측정 한계에 도전한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 중 하나가 산업현장에 쓰인 계측 장비다. 국가주력산업이 변하고 산업계의 새로운 요구에 적극 대응하려면 국제경쟁력이 있는 첨단 측정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계측 장비들은 대부분 해외 수입 제품으로 국내 계측 장비들이 들어설 틈이 비좁기만 하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28년 동안 오로지 하나의 기술로 계측 장비의 국산화를 꿈꾸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그동안의 축적된 현장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 선진업체와 기술경쟁력을 겨루고 있는 (주)씨피티.

 

경기도 군포에 위치하고 있는 씨피티는 이화학실험기기를 비롯해 반도체장비, 냉각장치를 연구·개발해 화학, 생명공학, 식품 등에서 사용되는 실험 장비를 제조 판매하는 벤처기업이다.

 

'신제품 개발과 고품질'만이 기업 성장의 길이라 믿고 한걸음씩 걸어 온 씨피티는 이제 ISO9001, ISO1401, CE마크로 인증된 품질규격 제품들을 생산하며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노진천 씨피티 대표이사는 "벤처기업이지만 그동안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우리를 믿고 성원해 주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정직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온도 계측기 개발만 28년…국내 최초 ±0.01℃ 측정 장비 개발

 

 

씨피티가 가장 중점을 두며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실험실이나 과학 실험기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관련된 장비들로 상당한 정밀 온도 유지가 요구되는 것들이다.

 

정밀용 항온수조±0.01℃(-80℃~300℃), 점도측정용 항온조±0.01℃(Amb℃~200℃) 등을 비롯해 온도발생기±0.01℃(Amb℃~300℃), 반응기 시스템 전용 항온조±0.01℃(-80℃~300℃), 시료전처리 시스템, 콜드트렙(-80℃, -40℃), 칠러 등이다.

 

이는 국내 검교정 인증기관 및 정밀측정을 요구하는 관련기업에서 초정밀 온도제어방식 냉각기에 대한 국산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씨피티는 지난 2011년 항온수조용 온도발생기를 ±0.01℃로 정밀하게 온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개발 양상화하고, 2013년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초정밀 온도제어용 항온순화수조는 화학, 환경, 의료, 생명공학, 식품분석 및 재료시험 등 산업 전체 분야에서 공통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로 고온 및 저온의 특정 온도에서 정밀한 온도 제어를 필요로 하는 의료, 화학, 제약, 나노 기술 분야에서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항온순화수조의 기술은 -80℃~200℃ 범위에서 온도편차 ±0.1℃ 정도의 범용 제품만을 중소기업의 영세업체들이 일반용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80℃~200℃ 범위에서 온도편차 ±0.01℃ 정도의 초정밀 온도제어 냉각기가 개발돼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노 대표는 "선진국들의 제품이 우수한 상황에서 그들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며 "가진 노력으로 2011년부터 신뢰성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존에는 초기 구동 후 정상동작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온도 조절을 정밀하게 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비교부와 구동부 사이에 정밀 제어부를 접속 시켜 제어부 알고리듬에 따라 설정 온도와 히터 온도를 비교 히터에 전력을 선택적으로 인가, 원하는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며 "정상 동작에 도달하는 시간이 작고 에너지가 절감돼 결점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기술만이 버팀목…미래도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28년 된 회사에서 연간 매출 6억 원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기업의 역사에 비해 매출이 적은 거 아니냐는 우려인거 안다. 하지만 '기술'이 있기에 매출 증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올해는 매출 60억이 목표다. 기술로 승부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노 대표는 더딘 성장에 대한 주변의 걱정에 조급해 하지 않는다. 회사 매출에 앞서 해외 선진국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술력 축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선진국만이 해 냈다는 ±0.01℃ 온도발생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이제 ±0.001℃라는 한계에 대한 도전도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굵직한 전시회는 물론 전 세계 시장 곳곳을 다니며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IMF 때에는 회사가 마지막까지 갔었다. 모든 걸 정리하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형국 이였지만, 다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며 "이제 국내 시장 넘어 세계 시장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씨피티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0.01℃ 온도발생기. 개발 투자에만 5억. 당시로서는 큰 도전이었지만 미래를 바라보게 한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그는 "측정클럽 회원인 백인호 사장을 통해 개발 제의를 받았다. 당시에는 관련 자료가 전혀 없어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사업비를 받고 전 세계 특허 정보를 뒤졌다"며 "많은 역경 끝에 개발에 성공했고 이제 그를 바탕으로 전 세계 몇 안 되는 국가들이 갖고 있는 ±0.001℃를 잴 수 있는 온도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해 안에 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는 그는 국산 장비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산품에 대한 편견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 인도 등 전시회 등을 가보면 국산품 개발의 역사가 짧아서인지 성능과 가격 면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며 "국산품이 가격과 성능면에서 우수함을 알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노 대표는 "온도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온도와 관련한 사업을 지속할 것이다. 앞으로 온난화로 인한 식량문제가 올 것이다. 식물을 빨리 키우는 데 중요한 것이 온도다. 온도 기술이 꼭 필요하다"며 "기술로 미래를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의 앞길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