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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독일에 굴뚝청소 직업학교가 있는 이유는?

[편집자 주]안전측정클럽이 지난 9월 21일, ‘구조물 안전진단 산업현황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기술교류회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구조물의 안전과 유지관리를 위한 기술 개발 및 산업체 현황에 대한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산학연관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교류를 통해 안전측정 연구개발 사업을 발굴, 구조물 안전 측정 및 진단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마련됐습니다.

세미나에서는 김윤배 표준연 중소기업센터장, 신은우 에스큐엔지니어링 대표,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수하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과 사무관, 윤정방 KAIST 교수 등 총 5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발표했습니다. 그 중 박광순 선임연구위원의 ‘안전 산업의 선진국 육성사례와 스마트센서 시장 전망’에 대한 발표내용을 온라인으로 중계합니다.


독일의 굴뚝청소 마이스터 직업학교 설립, 네덜란드의 12개 대규모 댐과 방조제로 방벽 설치, 일본의 재난로봇 개발 등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을 위한 해결방법들이 사회·외교·경제 분야에서도 큰 파급력을 갖게 된 경우다.

 

‘안전’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안전산업’의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안전산업이란 안전 수요에 대해 유·무형의 서비스와 이를 보조하기 위한 장비를 생산 및 제공하는 산업이며, 안전 수요는 △시설문 파손 및 붕괴, 범죄, 사고 등 인전재해에 대한 안전, △지진, 홍수, 가뭄,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 △ 화학품(환경호르몬), 의약품, 생활폐기물, 유기가스 등 물질에 대한 안전 등으로 분류된다. CCTV와 센서 등이 대표적인 안전산업의 장비이며, 각종 진단 및 예방과 경고·구조·구난 등의 행위가 서비스다.



전 세계 안전산업 시장은 2011년 기준으로 2530억 달러로 연평균 6.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21년에는 49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2.1%로 현재 35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연평균 7.8%의 성장세다. 



선진국의 안전산업 육성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산업은 시장 자체의 규모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먼저 미국의 경우 2001년 9.11테러 사건의 여파로 국토안보부가 신설됐고, 테러대응을 중심으로 항공, 네트워크 안전이 중심이다. 특히 항공보안을 중심으로 공항 보안장비 유지, 침입탐지, CCTV, 출입통제 등의 전자보안 시장이 성장했으며,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2011년 연간 125만명이 방문하는 뒤스부르크 러브퍼레이드 압사 사고를 계기로 대형 행사에서 발생한 인재(人災)에 대한 안전 개념 재정립 필요성이 환기됐으며, 1990년대 건축물에 대한 시설안전이 이슈화됐다. 때문에 대형 행사 관련 보안, 안전평가 기준이 강화됐고, 굴뚝청소 직업학교(랑엔하겐) 등 마이스터 제도의 현대화 및 인재양성으로 젊은이들이 3D 업종에 지속 유입하도록 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재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재난) 이후로 자연재해와 사고재해로 분류하여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복구과정에서 일본산이 아닌 미국산 로봇이 투입되면서 그간 개발한 로봇의 무용화가 문제됐으며, 재난로봇 제품화 미흡과 원자력 안전 인력 부족으로 방사능 피해가 확산됐다는 인식이 커졌다. 이에 따라 범부처 R&D 투자가 이루어져 2014년 총무성 중심의 ‘재해위험 감지센서 개발’, 문부과학성 중심의 ‘원전 로봇기술 인재육성’, 총리실 주도의 ‘인프라 유지보수 및 리뉴얼 기술R&D’ 등에 총 4100억엔이 투입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지리적 한계로 범람과 홍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1958년부터 1997년까지 ‘델타 프로젝트(Delta Works)'라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진행했다. 델타 프로젝트는 12개의 방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고도별 방벽 한계치를 차별화해 설계했고, 단순 토목공사가 아닌 간척개발 및 관리, 생태복원, 수자원 관리 복합기술 개발 등이 함께 진행됐다. 덕분에 네덜란드는 안전산업 뿐 아니라 물산업 강국으로 부상, 산업기술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해외 수재(水災) 피해 지역 복구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이 수출계약 체결로 이어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방대한 국토와 다양한 지형에서 발생하는 각종 황사,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 문제가 있으며, 또한 중국 경제성장과 도시개발로 자연재해 피해 규모가 확대됐고,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베이징 스모그 등 사회적 재해도 야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5년까지 안전산업 시장 및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재난 사망감소 목표를 설정하는 등 단기 및 중장기적 안전산업 발전목표를 설정하고 시행 중이다. 

 

◆ 안전산업 분야 최고 인기상품 ‘스마트 센서’…떠오르는 센서는 무엇?

 

안전산업 분야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스마트 센서(smart sensor)’다. 스마트 센서는 측정 대상물로부터 빛의 강도, 온도, 압력, 생체 물질, 가속도, 주파수 등 다양한 물리량의 크기를 효과적으로 감지, 처리하여 이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로 무선(wireless) 형태의 센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간과 기기 간의 상호작용이 심화되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지능화 요구가 증가됨에 따라

센서의 응용 분야가 산업계를 넘어 일상생활로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스마트센서라고 하면 낯설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쓰는 노트북에는 대부분 자유낙하센서(Free-fall Sensor)가 있다. 메인보드에 내장되어 있는 자유낙하센서는 데이터가 담기는 저장장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외부의 충격이나 낙하를 재빨리 알아채고, 충격이 감지되면 HDD 안에서 움직이던 헤드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HDD 안의 플래터가 긁히거나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또 화상이미지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밀착형화상감지기(contact image sensor)는 사무실에서 자주 쓰는 팩스, 복사기의 핵심부품이며, 최근에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과급압력계(boost gauge)를 장착해 하기도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사계센서(pyranometer) 역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사계센서는 수평면에 입사하는 모든 태양에너지를 측정하는 장비로 일조 시간을 기록하는 데도 사용된다.

 

<밀착형화상감지기(왼쪽)와 일사계센서(오른쪽)>


 

최근 떠오르는 기술 중의 하나는 나뭇잎센서(leaf sensor)다. 나뭇잎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등을 실시간 확인하고 방사능 오염 재난지역, 테러 등 사람이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정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안전 분야 외에 과수농장 등에서 과일 등의 맛을 측정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탄소동소체를 활용, 부드럽게 휘어질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휘어져도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며, 나뭇잎이나 곤충에 부착해도 이들의 생명 활동에 지장이 없는 센서를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나뭇잎센서의 예. 오른쪽은 박장웅 UNIST 교수가 개발한 탄소동소체 센서>


 

이 밖에 △응용센서(application sensor) : 이미지센서, 바이오센서, 레벨센서, 압력센서, 온도센서, 유량센서 등 △기반센서(base sensor) : 압력(pressure), 온도(temperature), 유량(flow), 레벨(level) 분야 등 △최신센서(emerging sensor) : 검조기센서(tide gauge sensor), 일사계센서(pyranometer), 산화질소센서(nitrogen oxide sensor), 경사도센서(tilt sensor), 밀착형화상감지기(contact image sensor), 자유낙하센서(free fall sensor), 과급압력계(boost gauge), 산화아연나노로드센서(zinc oxide nanorod sensor), 나뭇잎센서(leaf sensor) 등이 산업계와 재난 안전 뿐 아니라 헬스 케어, 스마트 홈, 문화재 관리, 군수물자 관리, 무인경비, 독거노인 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안전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는 스마트 센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확한 표준과 측정기술이다. 안전에 대한 필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 센서 기술은 재난 안전 뿐 아니라 헬스 케어, 스마트 홈, 문화재 관리, 군수물자 관리, 무인경비, 독거노인 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개발 및 산업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