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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인사이드/생활과 측정

자동차 시트, 감성공학을 입다




#1.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큰 맘 먹고 장만한 자동차를 팔았다. 김 씨가 구입한 자동차는 최첨단의 기능을 탑재 한 고가의 자동차였지만, 김 씨를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차량 시트였다. 차에 오르고 내리는 순간까지 편안함을 줘야 할 시트가 김 씨와 맞지 않아 불편함에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차를 팔아야만 했다.   


#2. 과거 A 자동차에서 선보인 R 모델은 '국민차'로 불릴 만큼 판매가 잘 됐지만 유독 여성 운전자에게는 인기가 낮았다. 차량 시트가 외국 성인을 기준으로 제작된 탓에 키 작은 여성운전자는 시트를 앞으로 당겨도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았던 것. 이에 영업사원들은 자동차를 팔 때 쿠션을 선물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3. 최근 B 자동차의 M 모델은 인간공학 디자인상의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차량에 장착된 시트는 등받이 부위별로 단단한 정도가 다른 이경도 패드와 편안함을 증대시킨 스프링방식 적용 등 신체 부위별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주행 시 안락감과 편의성을 최적화 해 감성품질을 극대화 했다는 이유로 높게 평가됐다. 


자동차 구매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안락감과 안전성을 중시한 차량 시트가 차량 구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자동차 시트에 첨단 소재와 과학 기술이 탑재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박세진 의료기 측정클럽 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자동차 시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초창기 과학자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자동차 시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진국은 일찍이 시트 개발을 시작했는데 국내는 선진국 기술에만 의존하고 있었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박 책임연구원은 차량 시트의 안전성과 안락함을 높이기 위해 ‘체압분포 측정기술’과 ‘체압분포측정기’를 개발했다. 체압분포측정기는 사람이 시트에 앉았을 때 시트와 시트면 사이의 체압 분포를 측정, 안전성과 안락함의 적정성을 찾는다. 


체압분포측정기는 실리콘 매트 위에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가 표시돼 있어 시트에 앉았을 때 사람의 몸무게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 분포를 측정하게 된다. 


측정값은 연결된 컴퓨터로 바로 전송되는 데 무게에 따른 색상 변화가 등고선 그래픽으로 표현돼 압력 분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체압 분포 측정은 실험실뿐만 아니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기타 전원 공급 없이 측정을 할 수 있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그는 "앉은 자세에서는 신체의 무게 중심이 좌골결절의 뒤쪽에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좌골결절부위에 체압이 많이 걸린다"며 "체압 분포 결과를 시트 제작에 활용하면 보다 안락하고 안정된 시트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시트 쿠션은 적당하게 신체 무게를 배분해 쇼크와 진동을 흡수 할 수 있어야 한다.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시트의 불쾌감은 허리 부위이며, 엉덩이 밑부분이 그 다음이다.


그는 "시트좌판과 등판의 각도는 몸통의 무게를 재분배하고 엉덩이 밑부분의 체압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과도한 굴곡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부하를 지지하기 위해 충분한 접촉면을 제공해 전체 체압이 낮게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트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며 "선진국은 차량용 시트 개발이 국내보다 수십 년 앞서 있으나 국내는 선진국 기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시트와 감성공학…“인간 맞춤형 시트 연구 지속 돼”


"운전대가 너무 멀거나 가깝지는 않는지. 각종 표시 장치가 한 눈에 잘 들어오는지. 시트벨트가 목 부위를 지나가는지, 한 시간 이상 운전 뒤에도 계속 안락감을 느끼는지 등에 질문을 해 보면 차량 시트가 운전자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박 책임연구원은 차량 시트에 대한 연구를 20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기술 활용도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자동차 시트가 단순히 운전할 때 앉아있는 공간이 아닌 편안함과 안전성을 담보하는 부분임에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등 자동차 산업의 선진국들은 자국민의 체형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펼쳐 시트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내수용 차량도 수출용 차량에 수출 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은 자국민의 체형을 다각도로 연구해 시트에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술이 많이 나와 있음에도 활용이 많이 되지 않고 있다"며 "성별, 몸무게 등에 따라 차량 시트에서 느끼는 불쾌감은 다른 만큼 다양한 연구를 통한 시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의 수출만큼이나 내수도 중요한 데 수출용에만 맞춰 시트를 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시트 이용자가 다른 만큼 내수와 수출용 등 듀얼시트로 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차량용 시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가 공동연구책임자로 참여한 '한국인 신체특성을 반영한 적응형 시트 개발' 과제를 통해 한국인에 맞는 시트 개발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비롯해 인공지능형 적응 시트 개발, 한국인 감성에 적합한 시트 디자인 등도 개발했다. 


그는 "자동차 시트는 넓은 범위의 인체 특성치를 수용해야 하며 진동과 쇼크로부터 운전자, 승차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요구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해부학, 행동과학, 생체역학, 생리학 등이 결합된 인간 공학적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자동차 시트에 감성공학을 결합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기준에 의해 자동차 품질이 관리됐다면 이젠 사용자의 감각기준을 만족하는 방향으로 지향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운전 자동화가 보편화 돼 운전을 할 필요가 없어도,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녀도 인간은 자동차 안에서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에 시트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궁극적으로 인간 맞춤형을 위한 기술이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동차 시트 측정기술은 환자나 고령자를 위한 휠체어나 수술대, 환자 침대, 욕창방지 매트 설계 시 연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